문화관광부가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 번호를 부여해 콘텐츠 유통의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식별체계' 도입을 추진 중이다.

16일 문화부 및 관련 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식별체계 도입은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일종의 주민등록번호과 같은 고유 아이디를 부여한다는 개념.

문화부는 이를 위해 콘텐츠를 각 장르별로 구분하고 이에 대해 식별자를 부여하는 인증 기관을 선정한 뒤 식별체계를 관리할 계획이다.

이 체계가 도입되면 그동안 전혀 파악할 수 없었던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 경로를 쉽게 알 수 있게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진다.

유통체계가 정립돼 있는 오프라인의 경우 상품 유통 경로 파악이 손쉽다. 전체 몇 개의 제품이 생산돼 어떤 창고에 보관됐다가 어떤 물류 과정을 거쳐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사업자에게 시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해 추가 생산이 필요할지, 신제품을 내놔야 하는지, 얼마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 등 사업의 방향과 성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데 유용한 자료로 쓰인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는 인터넷으로 퍼져나가면 어떤 파일형태로 어떤 경로를 거쳐 누가 사용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콘텐츠를 접했고 다운 받았는지 등 기초적인 유통 데이터를 파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어떤 콘텐츠에 시장 수요가 있는지, 얼마나 이용되고 있는지 등 산업화를 위한 필수적인 정보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식별체계가 정착된다면, 콘텐츠마다의 식별자 추적을 통해 유통 전과정을 파악할 수 있게 되므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문화부는 또 여기에다 개별 콘텐츠의 권리관계 정보도 담고, 식별자를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화 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특히 장르별 세부 정보도 담아 키워드만으로 콘텐츠의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하는 '구문정보'도 담을 예정이다.

문화부는 관련기관 및 업계와 의견을 조율한 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이후에 이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리관계와 세부 장르 정보까지 담아

문화부가 구상중인 디지털콘텐츠 식별체계는 지난 4월 정보통신부가 한국전산원을 통해 추진중인 UCI와 유사하다.

그러나 문화부는 "현재 추진 중인 문화부의 식별체계 도입안은 정통부의 UCI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부의 식별체계가 정통부의 UCI와 구별되는 점은 ▲장르의 세분화 ▲권리정보 명시와 식별체계의 DRM화 ▲구문정보 제공 등 크게 세 가지다.

정통부의 UCI는 현재 콘텐츠의 장르정보를 이미지,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등 4가지로만 분류하고 있다. 이에 반해 문화부가 구상하는 식별체계는 각 장르를 100여 가지 이상으로 세분화 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을 예정이다.

이를테면 게임, 영화, 음악 등 문화산업 각 분야별 장르 구분을 넘어 이미지 콘텐츠라면 그 중에서도 그림인지 사진인지, 사진이라면 어느 분야의 어떤 내용을 담은 사진인지 등 세세한 식별체계를 마련한다는 것.

식별대상에는 게임, 영화, 음악 등 문화 산업 분야 외에 도서, 관광지 정보, 스포츠 등 디지털화 될 수 있는 방대한 분야의 콘텐츠가 모두 포함된다.

콘텐츠의 권리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불법 유통을 막는 DRM화 한다는 것도 문화부가 설명하는 'UCI와의 다른 점'이다.

정통부의 UCI는 현재 각 식별체계 내에 'contributor(기여자)'와 'contributorEntity(기여주체)'라는 항목을 두고 해당 콘텐츠에 대한 주된 책임을 가진 주체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콘텐츠에 다양한 권리자가 존재하는 문화 콘텐츠의 경우 보다 구체적인 권리관계가 명시돼야 식별체계로서의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문화부의 생각이다.

실제로 음악 산업의 경우 음원 하나에 음반 제작자, 실연자, 저작권자 등 세 부류의 권리자가 존재하며, 이들은 다시 세션과 보컬, 코러스, 작사, 작곡, 편곡자 개개인으로 구분돼 권리관계 정리가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이렇게 세분화돼있는 권리관계는 실제로 음원 유통 과정에서도 크게 문제가 돼 관련 권리자 중 한 명이라도 신탁 단체에 권리를 맡기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경우 저작권에 대한 법률분쟁요소가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문화부가 구상하는 식별체계가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권리관계가 명확해 져 온라인 문화 콘텐츠 유통에서의 권리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정보와 함께 식별자 자체를 DRM화 한다는 것도 문화부 식별체계의 특징. 문화부의 식별체계에는 해당 콘텐츠가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함께 담긴다. 권리관계와 제작시기 등을 통해 식별자를 DRM화 하면 불법 사용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유통 과정에서 빈번히 나타나고 있는 저작권 침해 사례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문화부의 생각이다.

해당 콘텐츠가 싣고 있는 정보를 압축해 키워드로 보여주는 '구문정보' 제공도 UCI와 구별되는 점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각 콘텐츠가 담고 있는 핵심적인 내용을 식별자에 담아 검색 한번에 해당 콘텐츠가 담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기관 선정과 민간 호응 여부 관건'

문화부의 이런 구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

업계 관계자들은 "식별체계 도입은 유통체계가 엉망이었던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서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유통, 관리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현재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업체 상당수는 제각각 개별적인 콘텐츠 관리 체계를 도입해 왔다. 따라서 콘텐츠 유통에 대한 표준 통계를 집계하거나 거래 표준을 만들어 권리자들에 대한 수익을 정산, 배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 이런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표준 체계를 보급한다면,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나 유통 관계의 투명성, 콘텐츠 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나아가 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일러주는 일목요연한 통계자료도 제작할 수 있게 돼 콘텐츠산업 전반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 '이상적인 사업'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조정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장르별 식별자 부여 및 인증을 맡을 책임 기관 선정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입된다면 디지털 콘텐츠 유통 체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식별체계 대표 관리자 역할을 어떤 기관이 맡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

명분상으로는 문화부의 콘텐츠진흥과가 식별체계 도입을 진두지휘하고 문화 산업 진흥을 총괄하는 문화부 산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식별체계 도입의 실무를 맡으며, 다른 장르별 기관이 장르별 식별자 부여 업무를 맡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 그러나 문화부는 "아직 어떤 기관을 중심에 두고 장르별로 어떤 단체에게 식별자 인증을 맡길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각 업체가 식별체계 도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인지 여부도 아직은 확신하기 어렵다.

문화부는 식별체계 도입을 공공 콘텐츠에서 시작해 민간부문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 그러나 식별체계를 부여받고 거기에 저작권 관련 정보 등을 담는 것은 업체 자율에 맡긴다는 게 문화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자사의 콘텐츠 보유 숫자, 유통 경로, 이용자들의 사용 횟수 등이 낱낱이 공개되는 식별체계 도입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업체도 등장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의견이다.

콘텐츠 산업을 살리자며 문화산업진흥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문화부.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식별체계 도입'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문화부가 온라인 유통질서를 재정립해 인터넷사(史)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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